2022년 2월 2일 정규장 마감 후, 메타(aka. Facebook)는 4분기 실적과 함께 FY2021 실적을 공시했다. 이후 스토리는 잘 알려졌다시피 시간 외에서 -23%가량 폭락했고, 알파벳이 살려 놓은 투자심리를 얼어 붙게 만들었다. 2월 3일, 메타는 -26% 폭락하며 시총 $232bn이 하루 만에 증발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메타의 '경제적 해자'(moat)가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실적이 어땠길래 주가가 이렇게 격렬히 반응하는 것일까? 사실 메타의 주가는 작년 내부고발자 문건이 Wall Street Journal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애플의 개인정보 추적금지 옵션 적용에 따라 실적 추정치가 조정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메타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237.09로 52주 고점인 $384.33 대비 약 -38% 가량 하락했으며, 올해만 -29.5% 빠졌다. 대형주 중에 올해 메타만큼 주가가 빠진 종목은, 넷플릭스(-31.9%), 페이팔(-33.14%), 모더나(-35.8%)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해당 종목들과 메타의 차이점은 메타는 돈을 매우 잘 버는 기업이란 점이다.
한순간에 못난이가 되버린 메타의 주요 재무지표를 잘 나가는 형들인 애플 및 알파벳과 비교해 봤다. FY2021 기준이고, 시가총액은 2/3일 기준이다.
먼저 시가총액을 보자. $1tn Club에 잠시 몸을 담갔던 메타는 어느덧 쪼그라들어 시총이 $647bn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 애플과 비교해 보면 메타는 0.23 애플, 알파벳은 0.67 애플이다. 다음은 GP마진을 보자. 매출 총이익률은 매출원가가 낮은 메타가 81%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더 경이로운 점은 애플이다. 본디 하드웨어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었던 애플의 GP마진이 43% 수준이라는 점은 애플이 원가절감에 얼마나 효율적인지, 또한 아이폰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서비스 등 플랫폼 매출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R&D이다. 애플의 R&D 지출을 장기 시계열로 보면 매우 플랫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애플카, VR기기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뭘 투자해서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든다. 숫자로만 봤을 땐, 엄청난 것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 메타를 보자. 매출 대비 R&D 비용의 비중이 21%로, 비용의 상당 부분을 R&D에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높은 R&D 비용의 의미하는 것은 크게 2가지일 것 같다.
하나, M&A가 여의치 않다. 메타는 FB메신저,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점유율로 보면 거의 독점적인 플랫폼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진율도 상당히 높고, 여타 빅 테크 대비 유독 독과점에 대한 견제를 심하게 받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 뛰어난 현금흐름 창출능력과 현금이 풍부한 메타 입장에서는 기업 인수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체적인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R&D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위기의식이 있다. 물론 어떤 기업이던 위기의식은 있겠지만, 메타는 좀 다를 수 있다. 우선,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메타는 플랫폼 광고 기업이다. 광고를 높은 단가에 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용자 유입이 필요하다. 사용자 니즈에 맞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야 광고주의 매출로 이어질 것이고, 광고 수요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수익원인 청소년 등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부모 세대들이 이용하는 SNS라는 인식이 있고, 장황한 글보다는 짧은 동영상이 더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틱톡의 등장과 유튜브 이용자 확대로 메타는 사용자 감소라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릴스라는 틱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존 피드 광고 대비 단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숏 동영상 선두 주자인 틱톡도 돈을 많이 벌고 있지는 못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익 모델 자체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새로운 수익원이 기존 비즈니스보다 수익률도 낮고, 후발주자의 위치라면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이 될 것이란 말인가.
다음은 CAPEX를 보자. 테크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건물, 공장, 장비와 같은 유형자산의 자산 내 비중은 제조업 기업 대비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메타는 최근 서버, IT장비, 오피스 등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2022년 메타의 CAPEX 추정치는 약 $30bn으로 애플의 2배 이상이고, 알파벳과 유사한 수준이다. 해당 기업들과의 시가총액 및 매출 차이를 봤을 때, 메타가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활동에 임함을 알 수 있다.
현재 메타의 주식 티커는 FB이다. 하지만, 2022년 상반기 내에 티커를 META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 META라는 티커는 메타버스 ETF가 사용 중이었는데, 메타가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ETF가 티커를 바꾸고 메타는 META 티커를 차지했다고 한다. 메타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독단적으로 구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아직 많은 것들이 모호하고 정리되지 않고 있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주주환원을 보자. 2021년은 메타에게 다사다난한 해였다. 애플이 촉발한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을 이용한 광고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일단 메타는 피해를 입었다. 애플의 앱스토어 광고 매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메타는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에 대한 내부고발자 이슈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고, 불매운동도 있었고, 부랴부랴 사명도 메타로 변경했다. 이에, 메타는 자사주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021년, 메타는 $50bn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여기서 함께 봐야하는 지표는 FCF 즉 잉여현금흐름이다. 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를 차감한 금액이 FCF인데, 메타는 CAPEX 투자가 많기 때문에 FCF는 $39bn로 영업현금흐름 대비 감소 폭이 크다. 즉, 배당 직전 FCF인 $39bn이 유보금을 사용하지 않고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메타는 작년 한 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즉, 이익잉여금까지 활용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성장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뉴스로 볼 수 있다. 반면, 비교 기업인 애플과 구글을 보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금액은 각각 $95.2bn, $50bn으로 해당 기업들의 FCF 내에서 집행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해당 기업들의 최근 주가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재무구조 관점에서 페이스북의 가장 큰 특징은 부채이다. 페이스북은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다. 주주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부채를 발행하고 있는 애플, 애플 보다 적극적이진 않지만 간혹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알파벳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마지막으로 직원수를 보자. 메타는 2021년 직원수를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시켰다. 엔지니어 위주로 채용을 했다고 생각하면, R&D 비용이 급증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R&D와 CAPEX 투자가 매출과 이익성장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점은 메타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M&A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 인력을 키워 2D 세계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세계에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확대는 메타가 주주의 이익을 신경 쓰고 있고,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최근 주가 급락은 메타를 둘러싼 부정적인 대외 환경이 금리 상승이란 매크로적 이슈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메타의 12M Forward PER는 16.6x로 이게 가치주인지 성장주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2018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는 고점 대비 -43% 가량 하락했는데, 전 고점을 회복하는데 200일 이상이 소요됐다. 2022년 2월 3일 주가 급락은 기록적인 거래량과 장대음봉을 동반한 하락이었고, 단시간 내에 주가를 부양할 호재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Buy the dip 하려는 투자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주가 급락에는 이유가 있으며, 악재를 너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다만,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광고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점할 당시 페이스북이 보여줬던 대처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더 가치 있는 기업으로 변모했던 모습. 그리고, 현재 광고 플랫폼 비즈니스와 VR 등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에 기대감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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