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스에서 보니까 해외에서 만두 잘 팔린다는데
2. 오징어 게임 히트 치면서 K-Food 위상이 올라간 것 같은데
3. 제품 가격 인상하고 있다는데, 실적도 좋아지는 거 아니야?
4. 코로나가 계속 심해지면 사람들이 냉동식품이랑 간편식품 쟁여 놓고 먹어서 실적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데,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왜 이렇게 지지부진하지?
CJ제일제당을 1년 이상 홀딩하고 있는 주주라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해봄직하다. 더구나, 평균 60만원 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를 살펴보노라면 30만 원 대 후반에서 맴돌고 있는 현재 주가에 큰 답답함을 느낄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안타깝게도 실적과 기업지배 구조에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이 무슨 비지니스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연결기준 매출현황을 보면, 실질적으로 식품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이다. 나머지 매출은 바이오와 물류부분이 차지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시가총액이 과거 10년간 횡보상태에 있는 것은 시너지를 거의 기대하기 힘든 물류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12월 당시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을 했는데, 멀쩡히 CJ란 지주사가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의 지분 인수를 위해 약 7,359억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주당 가격은 39.3만원이고, 보통주 약 187만 주가 신규 발행됐다. 이는 4년이 지난 현재 CJ제일제당의 주가보다 높은 가격이다. 글로벌 사업 부분 확장을 위해 식품과 바이오 사업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류사업으로 투자금액이 분산됐고, ROE도 희석되었으며 추가적인 기업 인수로 인해 재무구조도 안 좋아졌다.
물론, CJ제일제당이 아무런 성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보다 매출이 2.5배가량 성장했고, 식품사업 부문만 보면, 수출 비중이 50%가량을 차지하는 등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였기 때문에 추가로 밸류에이션을 부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절대 주가 수준이 당시보다 싸진 것은 맞다. 다만, 4년 전, 애플, 아마존, 테슬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성장 기업들과 시가총액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논리로 자유로운 회사는 세계에서도 손 꼽일 것이다)
숫자로 한번 보자. 네이버 금융에서 조회한 연간 실적과 2023년까지의 실적 추정치이다. 2020년과 2021년 8월까지 동사 주가가 양호했던 것은 숫자로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수혜로 매출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관리로 CAPEX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0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이상을 달성하게 됐다.
2021년에는 2020년에 대한 기저의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했었으나, 실제 실적에서 우려가 다소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어 2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주가는 신고점을 기록. 이후에는, 투입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역기저 효과, 그리고 바이오 부분 판가 하락 등이 반영되며 주가가 4개월 연속 하락 후 12월부터는 소폭 개선 중인 상황이다. 다만, 저점매수에 따른 반등일 뿐, 충분한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잉여현금흐름(FCF)를 보면 설명할 수 있다. 매출은 low 싱글 수준의 성장에 그치는 가운데, CAPEX 등의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하락하고, FCF도 향후 2년간 역성장할 전망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최근에 CJ제일제당이 제품 가격을 하나 둘씩 인상하고 있다. 이는 분명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확인한 후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시차에 있다. 투입원가가 오른다고 제일제당 같은 제조사가 가격을 바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을 버티다 버티다 못버텨서 올리는게 가격이다. 이유는 경쟁사의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혼자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 매출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곡물 가격 등 투입 원가의 가격은 현재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가격을 올렸지만, 실제 마진율이 방어가 됐는지는 실적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주가가 반응하는 시점은 투입 원가가 하락하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원가는 하락하고, 판매가는 유지되는 시점. 여기에 추가로 판매량까지 확대가 된다면,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함께 상승해 추가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B2B 비즈니스 보다는 B2C 비지니스가 이해하기도 쉽고 접근성도 높다. 하지만, 제일제당을 단순히 만두 회사를 파는 B2C 회사로 접근하기엔, 바이오, F&C등 B2B 비지니스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동사의 향후 성장성에서도 바이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팔로우업이 필요하다.
B2B의 특징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도 어렵고 숫자로 확인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회사가 그린 바이오, 화이트/레드 바이오 등 신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실제 실적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CJ제일제당이 지겨운 박스권을 넘어 시총 10조 수준의 가치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다만, 참고로 현재의 주가는 역사적 레벨, PER/PBR 밴드에서 볼 때 저평가 구간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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