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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aka. 국밥집 사장님을 보라)

by 내일은주식왕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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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는 필립 피셔가 쓴 투자 고전이다. 영문 원제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보통주와 (or 평범한 주식) 평범하지 않은 (or 드문) 수익' 정도가 될 것 같다. 한 번 더 의역을 하면, '기업을 발굴해 뛰어난 수익을 올리는 방법' 정도도 가능해 보이는데, 번역서의 제목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가 되었다.

얇고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가격도 12,000원으로 저렴하다.


이 책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표지에도 쓰여있듯, '필립 피셔는 오늘의 나를 만든 스승이다'라는 워렌 버핏의 찬사이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버크셔 주총에서 여러 차례 필립 피셔의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이 매우 좋은 책이고, 본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소개했으며, 특히 책에서 소개된 '사실 수집'(scuttlebutt) 방법은 버크셔에서 실제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수집' 테크닉은 요즘 말로 하면, 기업탐방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사실은 기업탐방 보다 넓은 의미로, 경영진/IR 담당자뿐만 아니라, 업계 경쟁사라던지 현직 또는 퇴직 임직원 등에 질문을 통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것을 지칭한다. 필립 피셔는 이러한 정보가 중개업자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등 가공된 상태로 접하는 데이터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진정으로 필립 피셔가 강조하는 바는 뛰어난 경영자를 선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할 때 경영자를 고르라 하면 쉽게 와닿지가 않기 때문에 나는 국밥집 사장님에 빗대 이해하기로 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CEO들이 아닐 바에는 일반 대중들은 기업인들의 이름을 알기가 어렵다.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단, 대표이사의 이름이 익숙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특정 주식에 물렸을 때이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때, 주가가 부진할 때, 주주환원을 게을리할 때, IR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이때부터 해당 기업 대표이사의 이름 석자가 익숙해진다. 돌아가, 주주명부를 확인하며, 지분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대주주가 경영을 겸직하는 경우 주식 상속이 목전에 있지는 않은지, 과거 위기 시에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 경영자의 능력과 자질에 의심을 품게 되는 시기가 이쯤이다. 이러한, 과정을 직접 경험해 봤다면, 주식 투자에 있어 경영진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쟁자는 등장하고, 위기는 찾아온다. 기업은 생물과도 같아서, 이론적으로 가치평가 시, 기업의 영속성을 가정하며, 이는 미래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이러한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뛰어난 경영진으로 주식 투자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아무리 그래도 경영진은 주식 투자 시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국밥집 사장님을 생각해봤다. 줄 서서 밥을 먹는 국밥집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장님이 식당 전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손님들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표정은 어떤지, 음식 맛에 만족하는지 등엔 도무지 관심이 없고, 핸드폰으로 코인 매매에 열중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국밥 나르는데 여념이 없는 직원들은 손님들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바쁜 나머지 주문을 놓칠 수도 있고, 깍두기 국물을 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계산하러 온 손님들은 자신이 앉은자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장님, 또는 코인 매매에 정신이 빠져있는 사장님 때문에 계산이 지연되는 것에 불만을 가질 것이고, 재방문을 하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불만이 쌓은 손님들은 옆집에 국밥집이 새로이 오픈한다면, 쉽게 단골가게를 옮길 것이고, 방문 횟수는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다. 반면, 눈을 반짝거리며 사방을 모니터링하며 계산도 척척 해내는 국밥집 사장님네 가게는 어쩌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도 열중할 것이고, 종업원들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깨끗한 위생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좋은 경영자와 그렇지 않은 경영자 간의 차이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 피셔는 이 책에서 기업매수에 앞서 고려해야 할 15가지 기준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영진에 대한 판단이다. 또, 주식의 매도 타이밍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앞선 15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올바르게 매수를 했다면, 매도해야 할 시기는 영원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셔는 '주식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된다'는 주식 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관용어구에 회의적이다. 위대한 기업을 발굴했다면, 기업의 주가가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분주하게 사고팔기를 반복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특정 주식에 물린 이후가 아니라, 투자 고려 시점에 경영진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판단은 지속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 다는 것이다.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있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보이며, 과거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 경험이 있고,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기업이라면, 주가 조정 시에 추가 매수로 (물타기) 대응하는 것이 향후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유용한 테크닉이지만, 이러한 판단 없이 단순히 가격 하락을 이유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 경영진의 자질에 큰 의구심이 드는 시점에서는 현재 주가 레벨과 상관없이, 매도 혹은 리밸런싱 (종목 교체)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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