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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

영문기사 번역은 어디에 도움이 될까?

by 내일은주식왕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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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노가다다. 타자를 쳐 내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단어가 더 매끄러울지, 단어의 다른 의미는 없을지, 짱구를 굴려가며 초집중력을 발휘한다. 오역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항상 존재한다. 무심코 검색해본 단어가 생각과 다르게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때, 아차 싶기도 하다. 번역을 마치면 탈고하는 느낌으로 기운이 쪽 빠지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심한 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취미로 영자 신문 번역을 시작했었다. 한 한 달쯤 됐으려나. 블로그에 올릴 소재도 마땅하지 않았는데, 영문 기사는 매일 같이 쏟아지니 소재를 찾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국내 언론에 바로바로 인용돼 보도되는 팩트 위주의 기사가 아니라, 인사이트가 있는 분석기사나 사설 위주로 접근했는데, 번역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배경 지식도 늘어나고 스스로 도움이 많이 됨을 느꼈다. 물론, 기사마다 언론의 출처를 기재했지만 70-80% 정도의 완역에 가까운 수준의 번역이라 문뜩 저작권 이슈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조회수는 영 시원찮아서 블로그 운영 자체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종류의 글들이었다. 구글과 유튜브에 관련해 몇 번 검색을 해보고 혹시나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대부분 비공개로 전환해놨다. 스스로 공부한 것에 만족해야 될 것 같다.

번역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일종의 2차 창작물을 작성했다는 뿌듯함은 분명 있었는데 구글 번역기가 1초면 번역하는 시대에 타자기로 하나씩 번역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영문 기사 번역은 어떤 의도와 의미가 있었을까? The Economist와 Wall Street Journal의 기사들 위주로 작성했는데, 유료기사라 일반적으로 접근성은 낮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가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짧은 호흡의 글과 사실 위주의 기사에 익숙해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면 읽혀지지 않는 게 요즘 세상의 이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을 위해서는 문맥 이해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무심코 넘겨버렸던 문단들도 다시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처음에 이해했던 것이 잘못됐었다고 확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고,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부 문장의 경우 영한사전, 영영사전에 더불어 비장의 무기인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1초면 꽤 매끄럽게 번역해 내는 것을 보면서 글자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의미를 곱씹는 과정이 허무하게 느껴지곤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구글 번역기가 오역하거나 아주 어색하게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생각지 못한 좋은 단어/표현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문을 완역 수준으로 번역하면 좋은 점이 있다. 우선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영어로 스키밍 하는 경우에는 수치나 스토리 같은 것이 쉽게 망각되데, 직접 번역한 내용은 꽤 오래 뇌리에 남는다. 자신이 직접 번역한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는 경우엔 그 효과가 배가된다. 이렇게 진한 기억이 남은 상태에서 비슷한 내용을 팟캐스트 등에서 귀로 들으면 더 내용 전달이 잘 되는 것을 느꼈다.

많은 경우 리스닝이 안되는 이유는 관련 주제나 문장 구조가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안 들리는 내용을 계속 듣기만 한다고 어느 날 득도한 것처럼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어느 하나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내가 경제 기사를 읽고 번역한다면 나의 목표는 관련된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습득하는 것이지, 영어 단어 암기 등은 목적이 아니다. 영어 실력 향상은 이런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기/듣기도 마찬가지다. 유창한 영어보다 중요한 건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영어의 수준이 너무 낮다면, 기초적인 표현 등을 익히는 것이 먼저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소통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유창하지만, 대화 흐름에 크게 필요가 없는 알맹이 없는 말만 뱉어낸다면 상대방은 유창함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답답함만 느낄 것이다. 정 필요하면 통역을 쓰면 그만이다.

영문 기사를 번역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낀 또 하나의 이유는 '오리지널리티'에 있다. 번역할 때는 원작자의 논리와 지식이 내 것인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곤 하는데, 흰 백지에 글을 쓸 때면 항상 인풋이 부족함을 느낀다. 기사를 읽고 느낌점을 쓰는 형태의 포스팅은 좀 낫겠지만, 더 많이 읽고, 고민하고, 생각해야 봐야 한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번역만 하다보면 이런 긍정적인 자극을 받지 못할 것 같다. 물론 내용의 전개 방식이나 논리를 펼치는 구조 등은 담습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 일반적인 일본 소설 작가들과는 문체가 다른데 젊어서부터 영문 도서의 번역을 많이 하다 보니까 글의 구조 등이 영미 작가들의 것들과 닮아 버렸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본인만의 독특한 문체를 개발했기 때문에 이런 건 긍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영문 번역의 장점은 글을 정독함으로써 글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더 오랜기간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 또한 부차적인 거지만 영어단어, 표현 등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전문 글쟁이들의 문장 구조를 뜯어보면서 글의 전개 방식과 논리구조 등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남의 글을 단순히 옮긴다는 측면에 있어서, 덜 생산적인 측면이 있다. 독립적인 사고와 이슈에 대한 논거 제기 등이 역량 개발에 있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뉴스를 읽고 간단하게 느낀 점을 기술하는 방식이 더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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