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내리 나흘간 조정을 받았다. 종가 기준 역사적 신고가인 3,200선을 돌파한 이후 다시 2,000 포인트대로 복귀하는 데는 단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샴페인도 터트리기 전에 폭락해버린 주식 시장,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대로 역사적 강세장을 허무하게 마무리 짓고, 지난 10년간 되풀이되어온 박스피로 돌아갈까. 아니면, 일시적 조정을 끝마치고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까. 사실 코스피의 조정 폭이 크긴 했지만, 아시아와 글로벌 주요 증시 모두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향후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 게임스탑(GameStop)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국내시간으로 2021년 1월 28일 (현지시간 27일) 새해 첫 FOMC가 끝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시장의 관심사가 모아졌지만, 사실 이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게임스탑이다.
게임스탑은 미국 최대의 비디오 게임 소매점으로 각종 게임 패키지와 콘솔 등 주변기기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은 각종 게임들이 디지털 버전으로 출시가 되고 있고, 패키지들은 월마트, BestBuy, Target 등 대형마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는 매장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업의 전망이 그리 밝은 곳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게임스탑의 최근 매출과 이익 모두 하향 추세에 있고, 2020년 상반기 까지는 주가가 5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모두가 외면하던 게임스탑의 주가가 오랜 기간 횡보를 거쳐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 베츠(WSB)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디씨인사이드 주식 갤러리 같은 곳이다. 각종 비속어와 희화화, 조롱이 판치는 곳이지만, 이 곳에도 아웃라이어들이 있고, 금융지식과 분석력을 갖춘 사람들이 게임스탑의 펀더멘털에 대해 분석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게임스탑은 물론 테슬라 같은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돈을 벌고 있고, 일부 개선을 거치면 매출과 수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데, 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 기관들도 이러한 행렬에 동참했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 캐피탈의 지분 투자가 한 예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게임스탑의 주가가 고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해 유통주식수의 2배가 넘는 수량을 공매도한 영향이었다.
이때, 월스트리베츠(WSB)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존의 사람들이 게임스탑의 펀더멘털 측면에 집중했다면, 이후 사람들은 주가 모멘텀에 집중했다. 게임스탑의 공매도 잔량이 유통가능 주식수보다 2배가량 많아, 주식 가격이 상승하기만 한다면 숏-스퀴즈가 발생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였고,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받기 시작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한쪽 방향으로 매매를 이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똘똘 뭉쳐 게임스탑의 주식과 콜옵션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일부 헤지펀드들 또한 콜 옵션을 매수하며 게임 스톱 상승세에 배팅해 게임 스탑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등하기 시작했다.
원리는 이렇다. 주식 현물 매수와 콜 옵션 매수는 주가 상승에 배팅한 포지션이다. 모두가 Win-Win 할수 있는 주식과 달리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의 손익은 제로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헤지가 필요하다. 주가가 상승해 옵션이 내 가격(in the money)에 가까워지면, 콜 옵션 매도자 (흔히 마켓메이커)는 포지션을 중립(델타헤지)으로 설정하기 위해 주식 현물을 매수해야 한다. 이는 주식 가격의 상승 압력을 키운다.
또한, 게임스탑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숏(공매도) 포지션에 배팅한 투자자들은 주식 매도 가격보다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손실금액이 증가하는데 크게 2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주식의 대차비용이 증가이다. 주식의 대여자는 공매도 포지션의 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주식 매도자의 계약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더 높은 이자비용을 요구한다. 두 번째는 공매도 가격과 현재 주가의 차이에 따른 손실이다. 이론적으로 공매도 포지션의 손실규모는 무한대이다. 이때, 공매도 포지션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주식을 현물로 매수해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을 숏-스퀴즈라고 부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으로 마진콜을 당해 청산소에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매도한 가격 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함에 따라 발생한 손실규모가 수십조에 다다른다고 한다. 게임스탑의 주가는 연초부터 27일까지 약 19배나 상승했다. 공매도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한 악몽과 같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이 무분별한 공매도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인 사건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도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 포지션의 상당 부분이 (Floating shares의 100% 이상) 정리되지 않고 있다.
주식 투자자는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을 잃지만, 공매도자는 최악의 경우 모든 것을 잃는다
포지션 청산을 위해 (공매도 포지션 정리) 보유하고 있던 Long 주식들을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내다 파는 움직임이 관측이 됐고, 마침 역사적 고점 수준인 지수와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 주가가 하락했고, 악화된 투자심리가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보도된 내용이다. 다만, 직접 매도자들에 설문 조사를 진행해 알아낸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정확한 조정 사유는 알기 어렵다.
게임스탑 발 숏 스퀴즈로 인한 증시 조정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3월 증시 붕괴 때와는 다른 여러 가지 근거들로 인해 앞으로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이대로 하락장엔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거
- 제로금리에 가까운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인 통화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고, 더 많은 제약사들의 백신들이 2상 3상을 거쳐 각국에 배포될 예정이다
- 채권 시장이 잠잠하다. 증시 급락과 같은 안전자산선호 현상 시 채권금리 급락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동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작년 3월에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러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이미 상당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혁신적인 기술의 변화가 앞당겨졌고, 그로 인해 많은 성장성은 가진 기업들이 나타나고, 생산성도 개선될 것이다
※ 어떻게 유통주식 중 매매가능주식(Floating Stocks) 보다 많은 주식이 공매도될 수 있을까?
위 그림은 게임스탑의 주식 현황이다. 먼저 유통주식(Shares outstanding)은 69.75M 주임을 알 수 있다. 유통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에서 자사주를 뺀 숫자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에 Floating shares가 있는데,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한 주식의 수로 유통주식에서 각종 매매에 제한이 걸린 주식의 수를 차감한 것이다. 2021년 1월 14일 기준으로 총 공매 주식의 수는 61.78M이고, 공매 비율 (Short% of Float)은 226.42%로 매매 가능한 주식수의 2배가 넘는 물량이 공매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아래는 이에 대한 설명이다.
전체 유통주식수 100주 중, #Day 2에 A가 보유 주식 90주를 C를 대여해주고, C는 빌려온 주식을 D에 팔아 공매도를 실행하면 공매도 비율은 유통주식의 90%가 된다. #Day 3에서 D가 다시 보유 주식 90주를 E에 대여해주고, E가 빌려온 주식을 F에 팔아 공매도를 실행하면 공매도 비율은 유통주식의 180%가 된다. 정리하면, #Day 3를 기준으로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식의 수는 총 280주 이고, 공매도 주식의 수는 180주로 Net 수치는 전체 유통주식수 100주와 일치한다. 이 수치를 확인하면, 공매도 포지션 정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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