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아니 어쩌면 이번 사이클에 물가 지수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바라보는 물가에 대한 전망은 수치화돼 공개되는데, 그 중 하나가 Break-even inflation rate 즉 BEI 금리이다. 시장금리에서 실질금리를 차감해서 산출하는데, 시장금리가 '실질금리 +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데 동의한다면 BEI 금리는 시장 금리에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이 된다.
세이트루이스 연준에서 공시하는 BEI 10년물 금리를 보면, 이미 올해 4월 21일 BEI 10년물 금리가 3.02% 고점을 형성한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 상회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그럼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것은 실질금리 수준이 크게 올라왔다는 말이된다.
위는 미국 10년 실질금리 수준이다. 성장주가 대호황을 이뤘던 2020년 중순부터 2021년까지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했던 실질 금리는 어느새 1.2%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높은 실질금리는 성장주와 경기에 부정적이다. 경기에 부정적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물가는 하락한다는 말이다. 연준이 원하는데로, 실질 금리가 상승해 물가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스템적 위기이다. 대표적인 시스템적 위기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크레딧 이벤트인데, 이런 시장 상황을 가장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회사채 스프레드이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때 벤치마크인 국채 대비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가산금리 수준을 나타내는데 높은수록 기업의 부도위험은 높아지고, 실적전망은 어둡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프에서 음영으로 칠해진 부분이 경기침체기의 크레딧 스프레드 수준인데, 순식간에 급등해서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역대급으로 하락했지만,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위기를 나타내는 크레딧 스프레드 지표는 아직 그러한 위험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급락에도 바닥이 아직 안왔다는 것을 이런 지표를 통해 설명하기도 한다. 80년 내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한 채권 시장인데, 여기에 크레딧 이벤트까지 발생한다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닐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하락 추세를 앞으로 나올 추가 지표들을 통해 확인될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시장 곳곳에서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Buy the dip 마법 공식이 아직 먹혀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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