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BIS 출신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는 이란발 유가 충격 속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복잡한 과제에 직면
- 시장은 한은이 2021년처럼 조기 인상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며 신중하지만 선제적 대응을 요구
- 그는 완화적 성장 유지와 인플레이션 억제 사이의 미세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일이 앞으로는 제롬 파월(임기 말기의 미국 연준 의장)이나 크리스틴 라가르드(임기 말의 유럽중앙은행 총재)만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귀국 중인 한국의 차기 중앙은행 총재일 수 있다. 그는 온건하지만 명확히 ‘매파적(hawkish)’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BIS(국제결제은행) 수석고문이자 저명한 학자로 알려진 신현송은 4월부터 한국은행 총재로 부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이번 주 공식 임명했으며, 최근의 유가 급등(이란 전쟁 이후)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처음으로 새 통화정책 책임자를 맞는 나라가 됐다. BIS라는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에서 조언만 하던 그가 이제 직접 한 나라의 통화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시점이다.
신 총재는 이번 유가 충격(oil shock)이 얼마나 지속될지 평가할 여유를 조금이라도 갖고 싶을 것이다. 중앙은행은 일시적 변동에 휘둘리지 않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이미 긴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향후 1년간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 중이다. 한국은행은 과거에도 2021년 8월,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 실수를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신 총재의 위상은 단순히 그의 학문적 연구(자본 유출입, 무역, 금융안정 등) 때문만은 아니다. 3월 초 한국 증시는 급등락을 거듭했고, 원화는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그의 주요 과제다. 흥미로운 점은, 그는 과거 “정책결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 아직은 아니지만, 정책당국자들이 더 유능해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통화·물가 논의는 코로나 이후의 공급망 붕괴 경험 위에 서 있다. 당시 대부분의 정책당국은 ‘이연 수요(pent-up demand)’와 공급망 마비의 지속성을 과소평가했다. 현재의 유가 급등은 유사한 구조를 띤다. 세계 석유 해상운송의 4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보복 조치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21년 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신현송은 이미 이런 문제를 ‘채찍효과(bullwhip effect)’로 설명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부족 사태를 우려해 과도하게 주문하고, 선주문과 비축이 한꺼번에 이뤄지면 수급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과잉 반응은 빠른 시점에 반전(snap back)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1년 내내 폭등하던 해운 운임은 그 무렵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당시 이렇게 경고했다. “공급망이 완화되기 시작하면, 병목도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오래 간 것처럼, 회복도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즉, 공황적 정책 반응을 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냉정히 이해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 요구로 전이되어 악순환을 만드는 순간, 대응비용은 훨씬 커진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신중하되 조기 금리인상으로 위험을 방지하라는 보험적 접근으로 요약된다.
다만, 이런 접근은 말처럼 쉽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일부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는 달러 가치 하락과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공개서한을 썼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즉, 너무 일찍 긴축하면 성장 둔화를 불러오고, 늦으면 뒤늦은 대응으로 불명예를 남긴다.
신 총재의 임기는 결국 아직 예측되지 않은 새로운 사건들로 규정될 수 있다. 버냉키(전 연준 의장)가 처음엔 단순히 물가목표 도입을 임무로 여겼지만, 실제론 ‘제2의 대공황’ 방지가 그의 유산이 된 것처럼 말이다. 라가르드 역시 2019년 취임 당시 코로나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과 세계가 다행히 큰 위기 없이 지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성공이다. 시장은 통화당국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워싱턴·프랑크푸르트·런던이 아닌 서울이 세계의 주목을 받을 차례다.
출처 : Watch This South Korean Hawk’s Answer to the Oil Shock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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