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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이 가져온 인플레이션 후폭풍 : 공짜 점심은 없다

by 내일은주식왕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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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맛집이 사라지고 있다. 이사온지 2년이 다되어 가는데, 중국집 하면 떠오르는 상호가 없고, 배달앱에 따라 매번 시키는 가게의 상호가 달라진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후기와 별점에 의존할 수 밖에는 없는데, 프로모션 걸린 가게들의 배너가 상단에 위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칭찬일색의 후기, 또는 1-2개의 악플로 인해 음식 주문을 망설이게 된다. 배달 시간은 늘어났고, 가격은 비싸지고, 맛은 신뢰를 잃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안에는 냉장고에 부착된 동네 중국집, 치킨집 자석 하나쯤은 있었다. 주문을 할 때면 직접 가게에 전화를 했고, 사장님이나 가게 배달원이 배달을 오곤 했다. 한 때, 한국은 음식 배달료가 없다는 게 당연한 시기가 있었다는 게 놀랍다. 짜장면 한 그릇만 시키기가 민망했던 것일까? 직접 전화를 하는 게 불편해서였을까? 수십 년 동안 굳혀졌던 이런 방식의 음식 주문은 어느덧 배달앱들의 차지가 됐다.

가게 전화 번호를 저장할 필요가 없고, 전단지 없이도 배달앱 하나에서 동네 모든 배달 음식점의 메뉴를 볼 수 있는 이 방식은 처음엔 모두가 해피한 방법이었다. 사장님은 매출이 늘었고, 고객은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각종 쿠폰과 프로모션으로 직접 주문하는 것보다 싸게 주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 사장님이나 전속 배달원이 했던 배달 라이더는 하나의 직업으로, 특정 상점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외부 업체에 위탁되었고, 더 많은 배달원이 필요하게 되어 고용창출 효과도 생겼다. 그리고, 플랫폼 기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투자금을 유치해 적자 확대를 감수하며 외형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배달앱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무렵부터는 무료로 제공하던 혜택들을 하나둘씩 유료화하며 본격적인 이윤 창출 활동에 집중해 나갔고, 수수료와 배달비를 하나둘씩 인상해 나갔다. 기업이 이윤 창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며 마땅히 그리해야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막연히 편리함에서 출발했던 배달앱 시장이 결국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어떨까? 배달의 민족을 필두로, 요기요, 배달통 그리고 쿠팡 이츠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은행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수익구조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우선, 최대한의 모객 활동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중간에서 고객과 음식점 그리고 배달원들을 연결해 주고 일정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다. 탄탄한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더 이상의 큰 CAPEX 없이 높은 마진율로 수익을 당길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업체들이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서로 라이더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했고, 높아진 수수료 부담은 결국 고객과 점주에 전가하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각종 수수료와 배달비로 점포의 마진율은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가격을 인상하기엔 저항이 거세다. 플랫폼 기업들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정부와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온갖 구설수에 오른다. 결국, 배달앱에서 승자는 배달 라이더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몸값이 높아지며, 과거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의 소득이 가능해졌다 (물론, 오토바이 배달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적정 수준의 페이를 보장받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약 2% 정도로 유지되는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 다시 말하면, 임금과 식자재 등 투입원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큰 부담없이 공생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코로나 펜데믹 속에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플랫폼 기업들 간의 경쟁도 심화되면서 이는 라이더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고 생각한다. 유가와 곡물 가격은 폭등하고, 주택 가격부터 서비스 가격까지 생활 곳곳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다. 일부 플랫폼에서 단건 배달로 차별화 경쟁을 하다 보니 배달 수수료 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수수료도 점점 비싸지고 있는 것이다.

내 치킨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알게 모르게 생활 곳곳에서 높은 물가 인상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9천원이었던 여의도 유명 맛집의 콩국수는 어느덧 1.3만 원으로 인상됐고, 4천 원, 5천 원 수준에서 오랫동안 머물던 짜장면 가격은 어느덧 8천 원, 9천 원으로 뛰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백반집 가격이 9천 원이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가격이란 것은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란 쉽지 않다. 다만 유지가 될 뿐이다.

아마존이 최근 실망스런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하루 사이 주가가 -14% 폭락했다. 아마존 효과의 허상이 걷히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올해만 -56% 하락하며 연일 신저가를 갱신 중이다. 쿠팡은 여러 면에서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기업임이 분명하다. 최저가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아직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경쟁 구도 속에서 고객들에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에서 번 돈으로 곳간을 메우고 있지만, 매출 성장보다 비용 상승이 커지게 된다면 분명히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쿠팡은 어떤가?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며, 이커머스 공룡으로 성장했지만, 출혈 경쟁을 계속 하기에는 요즘과 같이 금융 시장 여건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서비스의 대가가 하나 둘씩 청구되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천정부지 상승하고 있지만, 보험료 재정상태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천 원 커피로 점포를 늘려간 프랜차이즈들은 원두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하나둘씩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최근 잔당 400원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배달료를 합친 치킨 한 마리 가격은 지금도 2만 원 중반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은 치킨 한 마리의 적정 가격이 3만 원이라 생각한다고 밝혀 비난을 받았다. 저금리, 저유가, 아마존 효과와 같은 기술적 발달로 지난 약 10년 이상 누려온 안정적인 물가가 코로나와 공급망 붕괴, 전쟁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악재는 한 번에 온다고, 마침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도 거세다. 미국 대학 졸업생이 기대할 수 있는 초봉은 약 5만 불 수준인데,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기대하는 수준은 10만 불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증시 호황, 주택 가격 상승, 코인 가격 급등, SNS 상의 보여주기 행태 등으로 인해 다소 현실 감각이 무뎌진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간밤에 미국 증시가 -4% 수준으로 급락했다. 나스닥은 올해 -2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소비는 여전히 뜨겁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 금리는 최근 보지 못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과거보다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국면에서 이렇게 빠른 긴축을 진행했던 시기가 있었나 싶다. 공짜 점심은 없다. 막대한 유동성과 자산 가격 버블에 대한 후폭퐁이 조금씩 오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드는 토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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