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라면 유럽 여행하기 좋은 시점이다. 7월 초,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20년 만에 1을 하회했다. 미국인이라면 여행지 선택지를 유럽으로만 국한할 이유는 없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달러는 엔화 대비 15% 이상, 파운드 대비해서 10% 이상, 중국 위안화 대비해서 5% 이상 상승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2021년 초, 주요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는 5년 저점을 기록했다. 달러는 팬데믹의 불확실성 속에 가치 하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정상화가 찾아오면서 달러의 가치는 반등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급격한 가치 상승을 예측하지 못했다. 작년 6월 대비 달러지수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2002년 이래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의 강세는 연준의 매파적 정책 기조 변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플레이션을 꺽기위해 연준은 올해 3월 이후 1.5%의 금리를 인상시켰다.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추가로 2%가량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정도의 금리 인상 속도는 1980년 대 초 이후 처음이다. 금리는 환율에 중요한 변수이다.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금리가 높은 국가의 화폐는 자금 유입 증가로 강세를 나타낸다. 이러한 매커니즘은 왜 달러가 유로나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ECB와 BOJ는 연준과 비교해 훨씬 완화적이었기 때문이다. ECB는 최근 50bp 금리 인상을 실시했지만, BOJ는 아직 미온적이다.
이런 정책의 큰 차이점은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를 반영한다. 수년 동안,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는 저물가였고, 최근 약간의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BOJ는 성장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지만, 문제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데 있다. 금리 인상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시절 집행된 과도한 재정과 완화적 통화 정책의 영향이 과도한 소비로 이어져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미국의 6월 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지만, 유럽은 3.7% 상승에 그쳤다. 긴축 통화정책은 미국에 보다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을 비롯해 여타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은 자산가격의 하락을 이끌고 있다. 대부분의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고, 회사채 가격은 급락했으며, 가상자산은 박살 났다. 비관적인 예측가들은 조만간 더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 경고한다. 이러한 시각이 달러에 수혜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위기 시, 달러는 안전자산의 하나로 각광받는다. 투자자들은 미국이라면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SC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최근 달러 강세의 45%가량은 안전자산의 지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러한 달러 강세가 지속될까? 만일 연준이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지속적으로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인다면 달러의 가치는 지지될 것이다. 이와 동일하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또한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올랐다면, 추가 상승은 좀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출처 : Why the dollar is so strong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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