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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by 내일은주식왕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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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제재의 효과가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번 전쟁은 중국을 상대로도 미국 중심의 우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재의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미국, 유럽,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 기업들과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전례 없는 전방위적 제재를 시작했다. 러시아 전체 외환 보유고인 $580bn의 절반 수준이 동결되었고, 대부분의 러시아 대형은행들은 글로벌 결제망에서 퇴출되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유럽 국가들의 대 러시아 금수조치는 내년 2월쯤에는 완전히 발효될 예정이다. 러시아 기업들은 엔진에서 반도체까지 필수 투입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러시아 엘리트들과 관료는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위험에 놓여있다.

이런 정책들은 서방 여론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유동성과 무역수지 위기를 일으켜 전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러시아 정부의 전쟁 동기를 약화시키는 목적이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손상시켜, 푸틴이 타국 침략을 고려할 때 필요한 자원을 제한시키는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의 전쟁 도발을 억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야심찬 목표에는 힘에 대한 서방의 새로운 원칙을 볼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없던 1990년 대 미국의 패권의 시대는 이미 종결되었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으면서 서방은 무력을 사용한 전쟁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21 세기 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과 기술 네트워크의 통제를 활용한 제재였다. 인권 탄압 국가를 제재하고, 이란,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고 화웨이 같은 기업을 제재한 것이 그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금수조치는 제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제재를 통해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자 에너지, 곡식, 그리고 기타 원자재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이다.

결과는 어떠할까?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3-5년 간 고립시킨다면 러시아는 큰 혼란을 맞이할 것이다. 러시아 민간 여객기의 1/5은 부품 부족으로 작동을 멈출 것이고, 통신망 업그레이드도 지연되고 러시아 소비자들은 서구의 브랜드를 그리워할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유능한 인재들을 잃게 될 것이고, 독재의 현실과 러시아가 중국의 주유소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자각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IMF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6%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3월 전망했던 -15% 성장 대비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에너지 수출은 올해 $265bn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수치이다. 서방의 제재 초기의 혼란을 겪은 이후,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은 안정화되었으며,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로부터 필요한 수입품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공급 제한을 암시함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은 이번 한 주만 20% 이상 상승했다.

결국, 제재를 무기화 하는 것에도 큰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지는 시차이다. 서방의 기술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고, 러시아 엘리트들은 물자를 통제함으로서 금수 조치 초기에 발생하는 피해를 흡수할 수 있다.

비록 서방의 GDP 규모가 러시아를 압도하지만, 푸틴은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100개 이상의 국가들이 러시아 금수 조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러시아 원유는 아시아로 공급되고 있다. 두바이는 러시아의 자금이 넘처나고, 지금도 에미레이트 등의 항공사들이 하루에도 수 차례 모스크바행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화된 경제는 충격과 기회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서방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부족하다.

만일 서방이 제재를 활용해 중국을 일방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그런 생각을 버리기를 바란다. 중국은 러시아 보다 훨씬 거대한 독재국가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략을 억지하거나 응징하기 위해서는 $3tn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고 중국은행들을 결제망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경우와 유사하게, 중국의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 보복할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전자제품을 시작으로 배터리, 의약품 등의 공급을 차단해 슈퍼 매대를 텅텅 비게 만들어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또한 많은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전 세계적 금수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러시아의 예 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격적인 독재 국가를 상대할 때에는 다양한 조치들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강력한 힘은 필수적이다. 민주국가들은 반드시 적의 요충지에 대한 익스포져를 축소시켜야 한다. 제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서방은 제재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만일 더 많은 국가들이 언젠가 서방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들 국가들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은 사라질 것이다.

좋은 소식은 전쟁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의 중화기들이 우크라이나에 공급되고 있고, 나토는 러시아와 유럽의 국경을 요세화 하고 있다. 유럽은 새로운 가스 공급원을 찾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대만이 방위 능력을 향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점은 독제 국가들 또한 똑같은 교훈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대, 기술, 그리고 금융적 요소가 결합된 21세기의 새로운 형태의 갈등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서방이 일방적인 우위에 있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누구도 달러와 반도체만으로 침략에 대응할 수는 없다.

출처 : Are sactions on Russia working?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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