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장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그리고 심지어 베테랑 경제 기자들도 우선적으로 뉴스를 찾는다. 아마도 고용 지표가 발표되었거나 M&A 관련 헤드라인 뉴스가 있었거나 중앙 은행이 암울한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트와 기술적 분석을 맹신하는 일부 신봉자들은 차트를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서 주식, 채권, 그리고 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은 괴상한 명칭을 지니고 있다. '데스크로스'는 어떤 자산 가격의 단기이동평균선이 장기이동평균선을 하회할 때를 지칭한다. 피보나치 되돌림 지표는 상승 중인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전에 하락한다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하락세는 61.8% 하락과 같은 피보나치 수치를 기반으로 한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트레이더들이 애정하는 '이치모쿠 구름'은 1주 전 또는 1달, 2달과 같은 기간 동안 형성된 고점과 저점 구간을 음영 처리해 구름대를 관찰한다. 가격이 구름 위에 있으면 상서럽고, 아래에 위치해 있다면 불길한 징조다. 진정한 차티스트는 이러한 정보만을 참고하며,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영위하고, 섹터는 어떤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명백히 미친것 같은 방법들은 최근들어 S&P 500 지수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관심을 받고있다. 지난 6/17일 연 저점인 3,637 포인트를 터치한 이후 S&P 500 지수는 상승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8/16일 일중 고점인 4,325 포인트를 기록한 이후에는 200일 이동평균선인 4,326 포인트에서 기술적 저항을 받았다. 자산 가격이 하락했다면, 다시 상승할 때 이런 저항을 받는다. 차티스트는 자산의 가격이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이는 대세 상승이 아니라, 베어 마켓 랠리의 신호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은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8/16일 이후 주가가 8% 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주류 투자자들의 다수는 추세 추종의 변형된 방식을 사용한다. 유진 파마와 켄 프렌치가 개발한 팩터 인베스팅 기법은 성공적인 퀀트 펀드들이 사용 중이다. 이는 '사이즈'와 '퀄리티'와 같은 구성 요소들로 성과를 분해한다. 또 다른 요소는 모멘텀이다. 상승 중인 주식들은 계속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단순히 가격 차트를 보는 것보다는 약간 더 정교해 보인다. AQR의 알고리즘은 모멘텀과 다른 요소들을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최근 가격이 상승한 스몰캡 또는 하이 퀄리티 주식을 매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티스트들의 레벨과 트렌드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로가 달러 대비 가치가 $1이거나 $0.9999인 것은 실상 큰 차이가 없지만, 외환 시장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중요하게 받아 들인다. 일부 상징성과 실용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정수로 된 숫자로 주문을 넣는 경향이 있고 파생상품들도 정수인 행사 가격에서 체결될 확률이 높다. 이는 유로의 가치가 $1.0001과 $0.9999로 하락할 때의 거래량이 단순히 $1.0487에서 $1.0485로 바뀔 때 대비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주문을 낼 때, 투자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가격에 주문을 넣었는지 알아 보려고 한다. 이는 스탑-오더 주문을 낼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많은 투자자들이 기술적인 수준에 관심을 가질 때, 이러한 수치는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기술적 분석의 실질적 의미는 이러한 사용법이 시장 상황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바라고 볼 수 있다. 경제가 좋을 때는 차티스트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격이 스무스하게 지속 상승해서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이 폭락해 온전히 하락장에 접어드는 경우에도 아무도 차티스트들의 그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때 점성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시장의 방향성에 큰 확신을 갖지 못할 때, 차트에서 단서를 찾으려 한다.
서머 랠리가 종료된 원인이 기술적 저항선에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실상 그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다 정기적으로 차티스트들이 예측을 내놓는다면, 시장이 왜 움직이는지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 보다 명확해 질 것이다.
[출처 : Why investors are reaching for the astrology of finance;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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