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401K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것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혀 논쟁이 되고 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401k를 서비스하고 있는 약 2.3만 기업들에 올해 말부터 비트코인을 20% 한도로 편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지난 2021년 11월 고점 대비 약 40%가량 하락 중인데, 피델리티의 이런 계획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짧은 역사와 투기성이 높고 가치평가가 어려운 비트코인을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의 저변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며, 미래 금융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말한다.
한국의 실정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총 3단계로 구성돼있는데, 법정제도 하에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직장인이라면 가입의무가 되어 있는 퇴직금/퇴직연금 제도,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임의로 가입하는 개인연금(IRP)가 있다. 크게 보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전체 규모는 266조원. 이 중 DB형이 59.9%, DC형이 27%, IRP가 16% 수준이라고 한다. DC형을 보면,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80% 수준이어서, 실적배당형의 비중은 전체의 5.4% 수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0년 말 DC형과 IRP의 수익률은 1%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2년 7월부터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기본 선택지라고 보면 되는데, 기존에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DC형을 선택하고도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해두고 있어서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제도라고 보면 된다. DC형 가입자가 사전에 투자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미리 지정해 놓은 투자 상품을 매수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실제 장이 좋아서기도 했겠지만, 디폴트옵션 도입 후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5% 정도로 상승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직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혁신적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는 신용카드가 보급되기도 전에 위챗페이 등으로 cashless 사회가 되고있다. 주식 비중이 5%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한국의 퇴직연금 현실이지만, 어쩌면 개편의 흐름 속에 수년 내 비트코인 등을 퇴직연금에서 매수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글로벌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 광고 기업들의 매출 둔화 우려 확산 (Snap, Twitter, Meta, Alphabet) (0) | 2022.07.23 |
---|---|
넷플릭스(NFLX) 실적 발표에 쏠린 관심: 계륵으로 남을지 봉황이될지 여부 (0) | 2022.07.19 |
EU가 에너지 안보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0) | 2022.07.11 |
ESG가 루저인 이유 - WSJ 칼럼 (0) | 2022.07.11 |
경기침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큰 위험이 아니다 - WSJ (0) | 2022.07.02 |
댓글